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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옆집 승원이'와 ‘수줍고 착실했던 아이’

충청투데이 cctoday@cctoday.co.kr 2018년 02월 14일 수요일 제22면     승인시간 : 2018년 02월 13일 17시 57분
[시선]
지선호 충북도교육청 장학관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영국의 시인 워즈워스 ‘무지개’에서 그렇게 노래했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도 “인간은 낙타의 삶에서 사자의 삶으로 변신하고 사자를 탈출해 어린아이로 다시 탄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간의 본성은 순진무구한 어린아이라는 말이다.

어린아이들 노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아이들의 영롱한 눈빛과 순수 그대로의 동작을 따라 해보며 나 자신을 돌아본다. 아이들이 눈빛에서 ‘희망얼굴’을 그렸던 지난날의 추억들을 떠올려본다.

#1. 요즘은 승원이를 자주 만난다. 승원이는 나와 같은 아파트 바로 옆집에 사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다. 만날 때면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어김없이 질문거리를 찾아낸다. "아저씨 그거 뭐예요?", "어디 가세요?" 대답하기도 전에 질문이 이어진다. 무척 수다스럽다. 전에 같으면 생각지도 못했던 승원의 행동에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승원이 엄마가 주의를 시키며 제지해 보지만 무엇이 그리 궁금한지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묻다가 물어볼 말이 막히자 느닷없이 다가와서는 내 손까지 슬쩍 잡는다. 나는 손을 꼭 잡아주며 미소로 화답한다. "우와! 우리 승원이 엄청 씩씩한데.” 칭찬을 들은 승원이는 경찰 로봇 장난감을 꺼내 들고 주먹을 휘두르며 발차기를 한다. 이렇게 오늘 너무나 기분 좋은 승원이를 만났다.

한동안 몸이 안 좋았는지 마주칠 때면 시선을 피하며 좀처럼 곁을 주지 않고 까다로웠던 승원이. 그랬던 승원이가 이렇게 밝은 친구가 돼 내게로 다가와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건강하게 자라거라 승원아, 꼭 지구를 지키는 멋진 경찰관 아저씨가 되렴."

#2. 20년 전 학창시절에 옆 반 담임 선생님을 멀리서만 바라보던 수줍은 여고생이 있었다. 늘 그랬듯이 졸업 후에도 조용히 메일로만 선생님을 바라보던 수줍고 착실한 아이, 이젠 어엿한 국내 유명대학의 교수님이자 착한 엄마가 돼버린 그녀가 여전히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또 수줍어서 메일의 사연 뒤로 숨는다. 그리고 넌지시 보내온 한 장의 귀여운 딸의 사진. 옛날 학창시절 소녀의 기억을 더듬어 그 딸의 모습에서 숨겨진 엄마의 미소를 끄집어내 화선지에 담아본다. 활짝 웃는 아이의 표정을 보고 영롱한 눈빛과 순수 그대로의 모습을 따라 해본다. 이른 아침 새벽잠을 깨우는 즐겁고 행복한 작업이었다.

아이들은 온통 지금뿐이다. 아이들은 어제도 없고 내일도 없어 보인다. 추위도 상관없고 다른 이의 시선도 관심 없다. 어제 했던 놀이인데도 그저 지금 하는 놀이에 마치 처음인 듯 모든 것을 쏟아부어 몰입해 빠져든다. 딴생각이 없다. 영원히 그럴 것 같다. 돌이켜 보건대 한때 우리도 저랬다.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난생처음인 듯, 지금이 삶의 전부인 듯, 오늘, 순간만 살던 시절이 있었다. 놀이 그 순간이 전체이며 영원이었던 시절 그러다 배고프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모든 걸 미련 없이 버려두고 엄마 곁으로 달려가곤 했었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는 업보나 죄가 쌓일 수가 없다. 세상 모든 아이가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오래도록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가 그런 세상을 영원히 지켜 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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