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배와 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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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배와 떡국
  • 충청투데이
  • 승인 2017년 01월 26일 12시 40분
  • 지면게재일 2017년 01월 27일 금요일
  •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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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리학당 오원재 원장
[이상엽의 역학이야기]

팥죽 먹으면 나이 한살 더 먹는다. 떡국 먹으면 나이 한살 더 먹는다. 팥죽은 동짓날, 떡국은 음력 설날 먹는 음식이다. 동지와 설날은 두 달도 채 못 된다. 그런데 어떻게 동짓날에도 나이를 먹고, 해와 달은 해방향[亥]에서 만나고 북두칠성 꼬리[斗柄]는 인방[寅]을 향해 바르게 서는 음력 설날에도 나이를 먹는다는 걸까? 이는 설날과 동짓날을 명절로 삼은대서 비롯된 얘기다.

어느 해 할 것 없었다. 조선 왕실은 동짓날이면 어김없이 '명절 날 드리는 향궐하례'를 올리고, 조상의 음덕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른 아침 종묘에 제사를 지내고 팥죽을 먹었다. 설날 역시 향궐하례를 올리고, 제사를 지낸 건 동짓날과 같았다. 다른 건 동짓날에는 황제만 하례를 받았고, 설날에는 임금[王]은 신하들의 하례를 받았고, 백성들은 자녀들로부터 세배(歲拜)를 받고 떡국을 먹은 것뿐이다.

양일에 치러졌던 행사와 조선시대 동지를 음력설과 같이 3대 명절에 귀속했던 것 등을 고려하면 동지가 음력설보다 더 큰 명절이었다고 할 수 있다. 동지를 아세(亞歲)로 불렀다고 동지를 명절이 아니었다고 하는 건 우리 조상들이 써온 달력이 2종류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데서 비롯된 오류이다.

해·달·지구가 일렬로 서는 합삭으로 년·월을 정하고 초하루, 초이틀 등으로 날짜를 표기하는 음력은 설날, 절기로 년·월을 정하고 갑자, 을축 등 60갑자로 날짜를 표기하는 24기절력은 동지가 새해의 첫날이다. 이를 고려하면 현행 달력은 양력, 음력, 24기절력 3종류가 된다.

이런 사실은 우리와 역법이 동일(표준시 제외)한 중국과학원자금산천문대 편찬 <대중만년력>에서 현행 달력을 공력(그레고리력), 농력, 음력 3종류로 명확히 구분한 것, 그리고 조선 관상감 편찬 달력(시헌서)에서 윤달이 포함된 13달을 명확히 표기하고, "윤 2월에 든 청명절 이전은 2월, 청명절 이후는 3월로 써라[閏閏二月小, 十六日丙辰寅正一刻, 淸明三月節, 以前作二月用, 以後作三月用]"라고 한 것 등을 통해 확인됐다.

조선시대 사용된 달력이 음력 1종류라는 것은 조선 관상감 편찬 달력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 되고, 중국과 우리나라의 현행 달력이 음력과 양력 2종류라는 것은 중국 <대중만년력> 목록도 알아보지 못한 것이 된다. 따라서 한국천문연구원 편찬 <역서>에서 "음력에서는 태양의 운동에 의하여 결정되는 24기(또는 24절기)를 도입하였다."라고, 24기절을 음력에 귀속시켜 음력과 24기절력을 합쳐 태음태양력으로 명명한 것은 한국천문연구원이 달력의 종류와 역사를 축소 왜곡한 것이 된다.

음력은 약 354일, 24기절은 약 365일이다. 짧은 음력이 어떻게 긴 24절기를 도입했다는 말인가. 현행 역법을 관장하는 한국천문연구원이 조선 관상감 편찬 책력에 수록된 달력의 종류도 명확히 알지 못한 것은 국치이다. 그러므로 태음태양력이라는 용어는 즉시 폐기되고, 우리 조상들이 사용해 온 달력은 음력과 24기절력 2종류로 정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