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無部(법무부)와 법꾸라지'
상태바
'法無部(법무부)와 법꾸라지'
  • 나인문 기자
  • 승인 2017년 02월 09일 19시 21분
  • 지면게재일 2017년 02월 10일 금요일
  • 20면
  • 지면보기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북본사 편집국장
[나인문의 窓]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늘어나는 피노키오 우화가 있지요. 만약에 대한민국 정치가들이 거짓말을 한 번씩 할 때마다 코가 늘어났다면 박근혜나 김기춘, 우병우, 최순실의 코 길이는 각각 지구를 7바퀴 반 돌고도, 수십 미터씩 남았을 겁니다.”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외수 작가의 일침이다.

이 작가는 “피노키오는 거짓말하면 코를 속일 수는 없는데 박 대통령은 코도 늘어나지 않고 최순실 일가도 마찬가지”라면서 “입만 벌리면 거짓말, 눈만 뜨면 도둑질을 했다”고 개탄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법치국가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일들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법꾸라지’와 같은 조롱이 언론매체와 SNS를 통해 희화화하고 있다.

‘법꾸라지’는 '법률’과 '미꾸라지’가 합성된 신조어다. 인맥·법률·권력을 이용해 미꾸라지처럼 민주 질서를 흐려 놓으면서 법에 의한 처벌을 능수능란하게 피해 가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권력을 휘두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근혜 정권의 신데렐라로 통하며 고속질주하다 지금은 영어(囹圄)의 몸이 된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부(富)와 권력을 앞세워 호가호위하며 국정 농단의 중심축에 섰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법마(法魔) 김기춘과 법비(法匪) 조윤선은 향후 최악의 법률가 표본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남은 건 또 한 명의 '법꾸라지' 우병우 전 수석과 이런 범죄의 '몸통'으로 특검이 지목하고 있는 박 대통령이다. ‘법귀(法鬼)’ 우 전 수석은 개인 비리를 포함해 재직 당시 최순실의 비리를 눈 감고, 비호·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해선 세월호 참사 직후 '좌파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관리하도록 검토·지시한 이른바 ‘블랙리스트’의 주체로 보고 있다. 물론 박 대통령은 이루 헤아리기 조차 힘든 희대의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도 무겁게 지고 있어 탄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문제는 대한민국이 과연 법치국가가 맞느냐 하는 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을 보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을 보면,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빵 한 조각 훔쳐 ‘빵(감방)’에 가는 ‘무전유죄((無錢有罪)’의 차별적 냉대를 받는 서민과 달리, 수백억대의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영장이 기각되는 현실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그래서 더욱 참담하다. ‘법무부(法務部)’를 무법천지를 일컫는 ‘法無部’로 비웃는 이유다.

특검이나 헌법재판소가 불러도 ‘건강상의 이유’ 등을 들어 출석하지 않는다는 게 일반 형사사범에겐 가당키나 한 일이란 말인가.

온갖 악행을 저질러놓고도 오리발 내밀기, 말 바꾸기, 묵비권 행사, 동문서답을 하는 이들은 반드시 엄단해야 한다는 게 국민들의 이구동성이다.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다면 그들을 반드시 엄하게 처결해야 한다는 게 촛불민심이다. 그 것이 법치(法治)를 바로세우는 길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