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게 비지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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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게 비지떡’
  • 나인문 기자
  • 승인 2017년 07월 13일 19시 33분
  • 지면게재일 2017년 07월 14일 금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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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문의 窓]
나인문 충북본사 편집국장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너나없이 부푼 기대를 안고, 들로 산으로 바다로 피서지를 찾아 떠난다. 최근에는 패키지여행을 통해 세계 곳곳을 누비는 TV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해외로 떠나는 이들이 더 늘고 있다.

문제는 값이 싸다는 이유로 패키지 상품을 잘못 선택하면 배보다 배꼽이 큰 기형적인 여행에 울화통이 터진다는 점이다.

대전시의 한 자치단체에 근무하는 공무원 A 씨(41)는 최근 4박 6일 동안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와 베트남 하롱베이를 다녀온 뒤 몸서리를 쳤다고 한다. ‘대한민국 대표 여행사’라고 홍보하는 모두투어를 통해 떠나는 여행이라 일행 5명과 함께 믿고 떠났는데, 한마디로 ‘최악’이었다는 평가다. 비록 79만 9000원짜리 저가 상품이었지만, 옵션(선택 관광)과 쇼핑 강요 등으로 여행사에 지불한 돈보다 갑절이나 많은 돈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돈도 돈이지만 자질 미달의 가이드와 쇼핑몰의 지나친 상술에 즐거워야 할 여행길이 고행길이 됐다고 한다.

특히 라텍스 매장의 사업이사와 가이드가 손님을 매장에서 나가지도 못하게 감금하고, 무조건 하나씩은 사가라며 사실상 강매를 하는 것을 보면서 분노심이 치밀었다고 한다. 또한 가이드가 유도하는 대로 시푸트, 스트릿카(전동카), 테마파크투어 등 옵션 비용으로 수백달러를 지출해야 했다며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더구나 그 가이드는 자신이 안내하는 판매점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하노이 공항에는 면세점이 없다고 거짓말까지 하면서 상품 판매에만 열을 올렸다고 한다. 호치민 생가 등을 방문할 때는 베트남 당국에서 가이드 단속에 나서 들어갈 수 없다며 한국말도 전혀 하지 못하는 현지 가이드에게 안내를 맡겼고 하노이 공항 역시, 단속 때문에 못 들어간다며 식당에서 자신은 종적을 감췄다고 한다.

이러한 가이드가 해외에서 판치고 있는 것은 여행사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자격증이 없거나 자질이 떨어지는 이들까지 무차별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해당국가에 대한 편협한 지식과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전달해 심각한 역사인식 오류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면세점과 쇼핑상점만 데리고 다니면서 호객행위를 일삼아 여행업계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한편, 대한민국의 국격까지 떨어뜨리는 폐해를 낳고 있다.

때문에 저가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들은 상품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대신 관광객 소개비나 쇼핑에 따른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보전한다는 점에서 아예 이용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일명 '메꾸기'(메우기)로 불리는 바가지 쇼핑을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지상비'라 불리는 현지 여행경비의 적자를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여행사-현지여행사-가이드-관광객’으로 이어지는 피를 보는 먹이사슬 구조도 문제다. 이러한 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손님들에게 쇼핑을 강요하거나 선택 관광 등 바가지를 씌우는 방법 밖에 없다. 어찌 보면 보이지 않는 심리적 압박을 통해 손님들의 지갑을 여는 방법만 궁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지 유적지나 문화, 역사에 대한 설명 대신 지루하고 짜증나는 현지 특산물이나 상품에 대한 설명이 더 길어지는 이유다.

물론 ‘결국 제값을 다 치르게 된다’는 사실도 모르고 초저가 상품만을 찾는 풍조도 이러한 '불량 여행'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