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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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
  • 충청투데이
  • 승인 2018년 10월 02일 17시 11분
  • 지면게재일 2018년 10월 03일 수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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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가을이 왔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다. 이른바 천고마비(天高馬肥)다. 가을 하늘이 유독 높은 이유는 구름이 주로 상공 10㎞ 이상에서 생성되는 데다 빛의 산란과 고기압 때문이다. 그렇다면 말이 살찌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동물들도 많은 데도 말이다. 살찌는 동물에서 말이 선택된 것은 7세기경 중국 당나라가 흉노족과 전쟁을 치를 때다. 시인 두심언(杜審言:두보의 할아버지)의 문장사우(文章四友)인 소미도(蘇味道)가 참전했다. 친구는 한 해 두 해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두심언은 답답해 견딜 수가 없었다. 이런 심정을 '증소미도(贈蘇味道)'란 시에 담아 친구에게 보냈다. "구름은 깨끗한 데 요사스러운 별이 떨어지고(雲淨妖星落), 가을 하늘이 높으니 변방의 말이 살찌는구나(秋高塞馬肥), 말안장에 의지해 영웅의 칼을 움직이고(馬鞍雄劍動), 붓을 휘두르니 격문이 날아온다(搖筆羽書飛)."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가 바로 '천고마비'의 어원이다. '추고새마비'는 '변방 전쟁이 끝났다(妖星은 전쟁이 발발할 때 나타나는 혜성이다. 이 별이 떨어졌으니 전쟁이 끝이 났다.) 전장을 달려야 할 말이 들판에서 여유롭게 풀만 뜯어먹고 산다. 그러니 말이 살찔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추고새마비'가 언제부턴가 중국에서 '추고마비'로, 우리나라에서 '천고마비'로 바뀌었다. 의미도 '아주 좋은 가을 날씨'로 변했다. 이 과정에서 말의 생성 상황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독서가 한 자리했다. 날씨가 좋으면 책 읽기도 편하고 좋아 아마도 글께나 읽는 사람이 독서를 끌어다 붙였다. 독서계절과 등식 관계가 성립됐다.

천고마비! 어원이야 어떠하든 밥통을 채우는 성어(成語)가 아닌 머리를 살찌우는 성어다. 식탐에 빠져 먹기에만 치중해 머리가 텅 비어 가는 현대인들에게 울리는 경종(警鐘)인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