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미래의 샘쿡, 레이먼킴 또는 후니 킴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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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미래의 샘쿡, 레이먼킴 또는 후니 킴을 기다리며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02월 12일 19시 57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2월 13일 수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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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희 충남도립대 호텔조리제빵학과 교수

20년간을 대학 교수로서 재직하면서 나는 매년 똑같은 호기심과 고민에 빠진다. “올해 신입생들의 눈빛은 어떨까? 미래에 대한 야망과 희망을 갖고 오는가? 그들은 무엇을 바라고 대학에 올까?” 늘 똑같이 반복되는 고민이지만, 해가 바뀌어도 늘 새롭기만 하다. 이러한 호기심 때문인지 종종 아무런 의미 없는 눈빛으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을 바라보면, 갑자기 맥이 풀리고 화가 스멀스멀 치밀어 오른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기로 했다. 강단 위에 선 교수의 입장이 아니라, 학생들의 입장에서 말이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학업에 대한 동기 부여는 어떻게 만들어 줘야하나? 학습의지가 없는 것이 단지 그들만의 탓일까? 취업선택을 왜 꺼려하고 불안해하는가? 대학생활 내내 그들이 방황하는 근본적 원인이 무엇일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질문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지난 5년간 졸업생 취업상황을 살펴보고, 그들의 얘기를 들었다. 기업 실무자들이 끈임 없이 쏟아내는 한탄과 고용 희망조건을 조목조목 기록해보았다. 이러한 과정을 경험하며 아이들에게 희망의 눈빛을 강요해 온 자신을 스스로 반성 하게 됐다.

뒤돌아보면 아이들은 활짝 핀 화사한 꽃이 아니라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씨앗이었다. 해바라기가 태양을 갈구하듯, 아이들은 관심과 사랑을 먹고 피어난다. 우리 학생들도 그랬다. 조리실습 수업이 있는 날에는 내 연구실은 아이들의 발길로 북새통이다. “교수님, 이 거 제가 한 거에요! 멋지죠?”, “레이먼, 샘쿡이 한 것과 똑같죠? 놀랄만한 작품 아닌가요?” 어미 새의 먹이를 가로채려 고개를 쭉 뺀 아가 새처럼 학생들은 저마다 목청을 높이며 자신이 한 작품을 보여줬다. 너스레를 떠는 학생들의 눈은 초롱거렸다. 그 속에서 아른 거리는 것은 희망과 열정, 그리고 무한한 잠재력이었다. 그래서 우리 학과 교수들은 결심했다. 그들이 보여준 희망의 눈빛을 단단히 지켜주자고.

우리는 올해 14년만에 학과의 명칭을 ‘호텔조리제빵학과’로 바꾸기로 했다. 학과 목표는 ‘미슐랭 스타셰프’ 육성으로 구체화했다. 최고의 셰프로 그들을 키워보자는 간절한 바람에서다. 미슐랭 스타셰프 육성을 위해 세계 3대 조리학교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미국 CIA의 교육과정과 그들의 실제 교육현황을 보고 듣고 왔으며, 전공 과정에 녹여냈다. 롤 모델을 찾기 위해 미국 뉴욕까지 훑었고, 최초 한식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인 ‘Danji’를 발굴하기도 했다. ‘Danji’의 오너이자 셰프인 후니 킴은 의사의 꿈을 버리고 과감히 요리의 세계를 택했다. 하루 16시간 일하면서도 한 식당 최초로 미슐랭 별을 따냈다. 열정 하나로 한식의 세계화를 이뤄낸 것이다. 후니 킴을 만나며, 우리 아이들도 미래의 후니 킴으로 성장 할 수 있다는 기대에 마음이 설렜다.

물론, 셰프의 길은 그리 녹녹치 않다. 끈기와 인내심, 건강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다. 우리 교수들이 할 일은 전공 지식의 전달만이 아니다. 씨앗을 과실로 일구는 농부의 지혜와 부지런함을 갖춰야한다. 긴 호흡을 갖고 학생들과 함께 꿈꾸고 같이 성장해 나갈 때 반드시 미래의 후니 킴을 만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언젠가 도래할 미래의 샘쿡과 레이먼, 그리고 후니 킴과의 만남을 고대하며, 학생 저마다 무한한 잠재력이 꽃피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