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밥 잘 사주는 예쁜 유성구
상태바
[시선] 밥 잘 사주는 예쁜 유성구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02월 20일 17시 08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2월 21일 목요일
  • 22면
  • 지면보기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장면1:‘HMR(Home Meal Replacement)’이 2019년 대세 중 하나라고들 한다. 말 그대로 ‘대체가정간편식’이다. 부부를 동반자, 자녀를 친구로 여기는 요즘 추세에 엄마는 밥 잘하는 착한 주부가 아니라 밥 잘 사주는 예쁜 커리어우먼으로 변신하고 있다. 탈며느리, 탈시부모, 탈가정주부가 신 가정의 트렌드이다.‘밀레니얼(Millenials)가족’ 생활방식에 맞춰 식품가공업체는 배달 음식이나 즉석조리식품 개발에 열을 올린다. 관련 업계 매출액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HMR은 엄마가 해주는 밥처럼 지속적으로 믿고 먹을만한가.

#장면2:대전 외곽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지역 대형마트에 우리 농산물을 구매해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생산량이 적은데다 항상 안정된 물량을 공급해줄지 불확실하다는 게 난색의 이유였단다. 전국을 무대로 하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다보면 생산지가 아주 먼 곳에서 수송된 농산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다시 한 번 의문이 생긴다. 먼 거리를 차에 싣고 오느라 신선도가 떨어지고 농산물이 멍들지는 않았을까.

#장면3:한때 미국으로 이민 간 교민들을 골탕 먹인 것 중 하나가 중고차였다. 돈을 아끼기 위해 중고차를 샀다가 며칠 안 가 푹 퍼져 울화통이 터진 동포가 한둘이 아니었다. 소송을 걸고 싶어도 언어소통과 인적 네트워크가 없어 포기하고 속만 태웠다. 현지 악덕 딜러들은 힘없는 이방인이자 다시 볼 일 없는 교민들의 약점을 파고들어 폐차 직전의 차를 겉만 번지르르하게 고쳐 팔았다. 일명 레몬카(Lemon Car)로 불린다. 겉은 오렌지처럼 맛있어 보이지만 과육이 너무 시어 먹을 수 없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이다. 경제학자 팀 하포드는 저서 ‘경제학콘서트’에서 레몬카를 피할 수 있는 최선책을 암시하고 있다. 평소 잘 아는 상인과 거래하라고. 친하면서 교류가 잦은 상대와 거래를 한다면 앞서 예시한 세 가지 걸림돌은 거의 해소될 것이다.

유성구는 지난달 30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바른유성찬’ 공급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역농산물 안전관리기준을 통과한 로컬푸드 브랜드 ‘바른유성찬’ 농축산물과 가공품을 협약을 맺은 연구기관 구내식당에 납품키로 한 것이다.

구는 2016년 균형발전위원회와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지난해부터 유성푸드통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국·시비 65억원을 들여 지난해 조성된 유성푸드통합지원센터 내에 공공급식지원센터를 가동한다. 이곳에서 대전시 전역 1580여개소의 어린이집·사립유치원에 '바른유성찬'을 공급한다. 막중한 책임감이 앞선다. 바른유성찬의 정착을 위해 지역 186개 농가가 선뜻 농산물을 대주기로 계약을 맺어 든든하기 그지없다.

유성구가 추진하는 로컬푸드 ‘바른유성찬’은 소비자와 생산자, 푸드마일리지 감축차원에서 여러모로 유익한 사업이다. 생산자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이웃이 먹는다는 유대감에 안전한 농산물 생산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판로확보는 물론 최소한 수입보장에 농민 사기충천까지 일석삼조가 아닐 수 없다. 소비자는 지척에 사는 농부가 키운 안전하고 싱싱한 농산물이라는 믿음에 더 맛있게 요리해 먹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지역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니 신선도유지는 물론 수송에 따른 탄소 발생 걱정도 사라진다.

유성구는 앞으로 공공급식 확산에 주도적 역할을 할 계획이다. 잔류농약검사 등 안전관리기준을 엄격히 준수할 것을 약속드린다. 엄마의 집밥이 차츰 사라지는 세태가 안타깝지만 유성구는 언제나 안전하고 친근한 로컬푸드를 제공해 그 빈자리를 대신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