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기고] 등 뒤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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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기고] 등 뒤의 문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05월 12일 18시 19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5월 13일 월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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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청주시 흥덕구 건축과 건축물관리팀장

얼마 전 개인적인 사정으로 타 기관에서 실습했다. 실습한 곳은 비영리민간단체인 평생 교육기관으로, 비록 실습이지만 공직생활 27년 동안 다른 기관, 그것도 민간단체에서 근무하게 된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직장인으로 160시간의 실습을 이수해야 하는 일은 참으로 부담스럽고도 어려운 일이었다. 일 년간 사용할 수 있는 연가와 장기재직휴가 등을 적극 활용하고 업무의 소홀함이 없도록 오전엔 근무를 하고 오후엔 실습장으로 근무처를 옮겨가며 실습을 했다.

처음 실습을 시작할 때에는 160시간을 언제 다 하나 걱정뿐이었는데 하루하루 함께 생활하다 보니 오후 시간이 기다려졌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곳 사무실 직원들의 태도 때문임을 알 수 있었다. 사무국 소속 두 분은 프로그램 개발, 운영, 평가, 컨설팅 및 강사 관리 등 두 분이 소화하기에는 많은 업무량이지만 바쁜 직무수행 가운데도 늘 밝은 표정으로 일을 하며 상냥한 어투와 표정은 자기 일을 즐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표본과 같았다. 비영리민간단체의 평생교육사 봉급은 최저임금 수준임에도 말이다.

작은 것 하나 수행했을 뿐인데도 실습자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자세는 실습자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게 했고 대수롭지 않은 일을 했는데도 "감사해요" 하며 진심 어린 감사의 뜻을 표시하니 만족감과 자존감은 저절로 상승했다.

실습을 마치고 본업에 임하면서 나를 포함한 사무실 직원들의 표정을 살펴봤다. 늘 경직되고 긴장한 표정, 이제 고작 사회경험이 6개월도 안 된 직원은 무슨 일이 안 풀리는지 머리를 쥐어 잡고 있고 각자 자기 자리에서 PC만 응시한 채 타이핑하고 전화상담하는 모습만 보일 뿐 그 어느 누구도 실습기관에서 보았던 환한 표정은 볼 수 없었다. 사회경험이 6개월도 안 된 직원은 6개월 전 공시생에서 합격의 꿈을 이뤘을 때 이렇게 머리를 쥐어 잡는 본인을 상상했을까? 그 시절 합격만 하면 핑크빛 삶과 웃음이 만개할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직업&환경의학저널'이 핀란드 30~64세 인구 총 335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다룬 기사를 본 적 있다. 걸핏하면 직장 내 구성원끼리 다투고 불공평한 분위기가 있는 등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직장 환경의 구성원들은 우울증 증상이 발병할 위험이 60% 높았으며 우울증 약물을 복용할 가능성 역시 50%가량 높았다. 분위기가 안 좋은 직장은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얘기로, 핀란드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지만 직장 내 정신 사회적 인자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을 강조한 기사였다.

직장 내 분위기는 한 사람의 힘만으로 바뀌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소통으로 분위기는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닫힌 문을 너무 오랫동안 쳐다보고 있으면 열려 있는 등 뒤의 문을 보지 못한다'라는 헬렌 켈러의 명언처럼 내 주위에 열려있는 소통의 문이 없는지 살펴볼 때이다. 노력한 사람이 전부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성공한 사람은 예외 없이 노력했음을 잊지 말자. 필자부터 한 발 더 다가가 직장 내 분위기가 좋아진다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일이 즐거워서 직장생활을 하는 '멋진 나, 멋진 너, 멋진 우리'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