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자랑]대전 둔산 '사리원 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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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자랑]대전 둔산 '사리원 면옥'
  • 이선우 기자
  • 승인 2005년 07월 15일 00시 00분
  • 지면게재일 2005년 07월 15일 금요일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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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면 삶기 1초의 맛승부
   
 
   
 
무더운 여름철,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등골 시린 물냉면 생각이 간절하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비빔냉면으로 불리는 함흥식 냉면은 많지만, 제대로 된 물냉면인 평양식 냉면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만큼 평양냉면을 만들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메밀이 많이 나는 평안도 사람들은 집집마다 국수틀을 갖춰놓고 겨울철이면 냉면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끈기가 없는 메밀가루에 전분을 섞어 면을 뽑았는데, 이 비율을 맞추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또 메밀가루는 금새 퍼지기 때문에 먹기 직전에 그자리에서 면을 뽑고 적당히 삶아야 제대로된 면을 만들 수 있다. 1초만 더 삶아도 덜 삶아도 확연히 맛이 떨어진다.

게다가 육수는 어떤 고기를 얼마큼 삶고, 언제 국간장을 넣고, 동치미는 얼마나 익은 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맛은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이렇다 보니 이름난 물냉면 집은 실향민 1세대부터 나름대로의 비법을 가지고 맛을 지키는 곳이 많다.

대전의 평양냉면 원조집인 '사리원 면옥'도 6·25 때 월남한 김봉득씨 일가가 중구 대흥동에서 냉면집을 차리면서 시작됐다. 반세기를 넘는 동안 사리원 면옥은 3대로 이어졌고, 지금은 본점을 서구 둔산으로 옮겨 정통 평양냉면의 맛을 지키고 있다.

사리원 면옥에서 내놓는 냉면의 육수를 마시면 '쨍하다'는 말이 실감난다. 이가 시리게 차면서도 동치미 맛과 고기 맛이 어우러져 깔끔한 뒷맛을 남긴다.

그리곤 툭툭 끊기는 면을 한 입 가득히 후루룩 빨아들이면 탄성이 절로 난다.

박은아 사장은 "육수의 맛은 끊이는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비결이다"라며 "고기를 넣고 2시간 정도 끊이다가 국간장을 넣고, 여기에 적당히 익힌 동치미를 첨가하면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사리원 냉면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담백한 맛의 왕만두다.

정통 사리원 만두는 돼지고기를 많이 넣고 만들어 느끼한 맛이 강했다. 하지만 사리원 면옥에서는 고기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양파와 당근, 부추, 두부 등 8가지 채소로 속을 가득 채워 담백한 맛을 강조했다. 크기도 일반 만두의 2~3배에 달해 1~2개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사리원 면옥은 최근 신메뉴로 '매운 갈비'를 내놨다. 고기 한점에 입안이 얼얼하고 콧등에 땀방울이 베어나도록 맵지만 달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뒷맛에 요즘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이밖에 소갈비찜과 불고기도 50년 세월 만큼의 깊은 맛으로 사리원 면옥을 찾은 이들에게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