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과학포럼] 도전을 선택하고 실패를 격려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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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과학포럼] 도전을 선택하고 실패를 격려하는 사회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07월 01일 16시 43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7월 02일 화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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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ETRI 신소자연구그룹 책임연구원

2017년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킨 전문점 수는 약 3만 8000개다. 이는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 3만 4000개 보다 많은 수치다. 흥미로운 점은 국내 커피전문점 수는 치킨 전문점 보다 많은 약 5만 7000개로 집계되고 있다. 생계가 걸린 사업을 시작하는 점주들의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적당히 성공하고 있는 사업영역에 뛰어들어 위험을 줄이고자 하는 마음이 이해된다. 또 다른 통계로 서울시 조사결과, 서울에서 3년 이내 폐업률이 가장 높은 업종 1위는 치킨집, 2위는 호프·간이주점 그리고 3위가 커피전문점이라고 한다.

필자는 2003년부터 전계방출소자를 연구해왔다. 전계방출소자란 전기적으로 전자의 흐름을 만들어 가시광선, 엑스선 등의 전자기파를 만들어내는 등 기능하는 것들을 의미한다. 이제는 생산이 거의 중단된 브라운관 TV를 떠올리면 된다.

브라운관 TV 시절을 지나 액정디스플레이가 주류를 이루던 2000년대는 유수의 대기업들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액정디스플레이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후보로써 전계방출디스플레이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던 시기였다. 전계방출디스플레이는 액정디스플레이와 같이 납작한 평판 형태이고 색감이나 영상의 움직임 등은 기존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이런 연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꾸준히 성능 개선을 진행하고 있던 액정디스플레이의 벽을 넘지 못하고 개발이 중단되면서 관련된 많은 연구자들이 다른 분야로 흩어지게 됐다. 끈질김이었을까? 아쉬움이었을까? 필자를 포함한 동료 연구자들은 15년이 넘도록 전계방출디스플레이 연구 중 쌓인 노하우와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 현재는 전계방출 엑스선원의 상용화를 눈앞에서 바라보고 있다.

우리가 병원에 가서 찍을 수 있는 엑스선 영상은 거의 대부분 백열전구와 같은 뜨거운 필라멘트가 장착된 열전자엑스선원으로 촬영된다. 뜨거워진 필라멘트가 금방 식지 않듯이 열전자엑스선원은 빨리 켜고 끄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특성은 엑스선 촬영 시 불필요한 방사선에 노출되는 원인이 된다. 필자가 개발하고 있는 전계방출엑스선원은 열전자엑스선원이 불가능했던 빠른 스위칭이 가능해 꼭 필요한 엑스선만 발생시켜 불필요한 방사 피폭을 막고 영상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 수년 전부터 관련 기술들이 서서히 기업체에 이전되어 상품화가 시작되면서 기술의 꽃이 피고 열매 맺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학문이나 연구개발 분야는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꾸준히 쌓아나가야 독보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치킨 전문점이나 커피 전문점처럼 학문이나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인기 있는 곳으로 많은 학생과 연구자들, 그리고 재정이 쏠리는 현상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바라건대 남과 다른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리고 그곳에서 끈질김으로 자기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면, 그곳이 학교, 연구소든 공장, 식당이든 독보적인 고수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스스로 질문을 해본다.

실패를 용서하는 사회에서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날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실패를 격려하는 사회가 더 빨리 오지 않을까 조심히 말해본다.

자기가 처한 곳에서 감사함으로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그 사회는 더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아직 실패를 용서받기 어려운 사회라 할지라도 용기 있게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 실패가 성공으로 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