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칼럼] 자족(自足)이 주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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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칼럼] 자족(自足)이 주는 행복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09월 18일 17시 30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9월 19일 목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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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규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에는 '파홈'이라는 평범한 시골 농부가 등장한다. 그는 어느 날 동이 틀 때 출발해서 해가 지기 전에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면 자신이 밞은 만큼의 땅을 차지하는 파격적인 제안을 받는다. 더 넓은 땅을 가지려고 쉬지 않고 되도록 멀리까지 달려갔다. 해가 지기 전에 출발점에 도착하려면 이제 되돌아가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수없이 갈등하지만, '조금만 더'라는 욕심 때문에 결국 남은 것은 한 평 남짓한 자신의 무덤 뿐 이었다. 톨스토이는 이러한 파홈의 모습을 통해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의 끝없는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지나친 물질, 권력, 명예 등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거나,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타인의 고통과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인간의 소유욕은 자본주의의 근간이며,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유욕은 인간의 본능으로 제한이 없고,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장치도 없다. 그래서 아무리 가져도 늘 부족한 마음에 무언가를 갈망하게 된다. 결국 그 끝없는 욕심이 자신의 삶을 괴롭히고 주위 사람들에게 아픔을 준다.

때로는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분노와 허탈감을 야기하는 원인이 된다. 자신만의 '더 많은 것', '더 높은 곳'을 향해 쉼 없이 달려가면서 정작 '더 소중한 것'을 잃거나 놓치고 있지 않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행복의 5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우선 먹고 입고 살기에 조금 부족한 듯한 재산,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엔 약간 부족한 용모, 절반 정도 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한 사람에게는 이기고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연설을 듣는 사람의 절반 정도만 박수를 보내는 언변이다. 플라톤이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들은 어찌 보면 조금은 모자라고 아쉬운 상태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중요한 의미는 '부족(不足)'이 아니라 '자족(自足)'하는 마음이다.

자족이란 '스스로 넉넉함을 느끼며, 스스로 만족하는 상태'라는 의미다. 자족하면 어떤 상황에서든 행복하고 감사할 수 있다. 끌려가는 삶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주도하는 삶을 살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스스로 만족하는 '자족의 가치'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자족'하는 삶이 우리가 잃어버린 '행복의 비결'이 아닐까?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자족에 있기 때문이다.

많이 가진 사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많이 가진 것이다. 주어진 것들에 자족하며 작은 것부터 행복을 찾는다면 의외로 이미 많이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되고 삶 속에서 감사할 수 있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라는 속담처럼 가지고 갈 수 없는 것들 때문에 불행해질 필요는 없다. 조금 더 채우려 애쓰지 말고 조금만 더 비우려 노력할 때 사랑, 배려, 여유 등 훨씬 더 값진 것으로 채우게 된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들,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과 함께 자족하며 풍요를 느끼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