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계급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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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계급 사다리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09월 19일 18시 50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9월 20일 금요일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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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봉 충북NGO센터장

올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누가 뭐래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블랙코미디이면서도 반전이 있어 긴장감 속에 시간가는 줄 몰랐고,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살아있어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그 뼈대가 한국사회의 불평등구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더욱 관심 있게 본 영화였다. 영화에서는 냄새와 계단으로 계급의 문제를 표현한다. 반지하에 살고 있는 가족들에게서는 반지하 냄새가 나고, 폭우가 내리던 날 기생하던 집에서 반지하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한 없이 내려가던 수 많은 계단은 수직적 계급의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계급은 사회적으로 동일한 조건이나 비슷한 수준 아래 놓여 공통된 이해관계와 행동방식을 지니는 집단을 말한다. 마르크스는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가 계급을 규정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계급으로 나누었다. 계급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관계 뿐만 아니라 권력관계의 차이에서 나타난 사회불평등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계급,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구별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더 나은 환경에서, 돈 걱정 없이 살고 싶어 한다. 자유경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한때, 열심히 노력하면 계급 사다리를 타고 신분 상승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살았다. 하지만 계급 상승의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계급적 차이는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면 별다른 노력 없이도 금수저로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세상이다. 어떤 가정에서 태어나고,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양반과 천민이라는 제도는 역사속으로 사라진지 오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뚫지 못하는 선이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는 더 많다.

똑똑한 머리를 가지고 치열한 경쟁을 뚫거나, 남들이 편히 쉬고 잘 때 피나는 노력을 하면 인생역전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유효한가. 풍족한 재산과 교육, 연줄을 가진 부모들은 자녀에게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반과 능력을 물려줄 수 있다. 기회의 평등이 부모의 계급에 의해 불평등해진 세상이다. 서울대, 연대, 고대 등 이른바 명문대학 학생 80%정도가 소득 상위 20%의 자녀들이라는 통계는 계급이 되물림 되는 현실을 말해준다. 좋은 환경의 자녀들은 좋은 대학을 가기 쉽고, 대를 이어 부를 쌓아가는 체제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높은 계급의 자녀들은 좋은 학력을 쌓을 기회를 많이 가지고 이것을 바탕으로 좋은 일자리를 가질 확률이 높다. 공정하게 입시 제도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러고 나면 이 모든 문제가 풀릴 수 있을까.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 상위 1%가 총 개인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2%를 차지하고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 차지하는 비중 50.6%에 이른다. 이는 국민의 10%가 전체 소득의 반을 가져가고 나머지 90%의 국민들이 전체소득의 반을 나눠 가진다는 것이다. 10 대 90의 사회인 것이다. 이 간격은 갈수록 더욱 벌어지고 양극화가 가속화 되고 있다. 바로 소득 불평등의 구조가 모든 문제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