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가을 숲길에 물들다’ 속리산 둘레길 걷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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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가을 숲길에 물들다’ 속리산 둘레길 걷기대회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10월 24일 16시 25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0월 25일 금요일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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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수 충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가을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사람들은 저마다의 옷으로 치장을 하고 산으로 들로 나선다. 우리 고장 충북도 10월 하순이면 속리산, 월악산, 포암산, 도락산 등이 단풍 절정을 이룬다. 그중 으뜸이 속리산이다.

속리산은 백두대간의 중심으로 삼파수인 천왕봉(1058m)이 정상이다. 천왕봉은 한강, 낙동강, 금강의 시원이다. 이곳에서 비로봉, 입석대, 신선대, 문수봉, 문장대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룻금은 웅장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암릉이 꽃으로 피어난 곳이다. 암릉과 소나무, 단풍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향연은 가히 일품으로 작은 금강산으로 불린다. 능선에서 속세를 향해 내려오면 단풍과 계곡이 한 폭의 진경산수화를 만들어 낸다. 작은 폭포와 살랑거리는 물속에서 연출하는 단풍의 춤사위는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다.

호서 제일 가람 법주사를 나와 자태가 아름다운 정이품송을 지나면 '속리산둘레길'에 다가선다. 11월에 들어서면 이곳에도 단풍꽃이 핀다. 이즘 단풍의 길목을 잡고 11월 9일 오전 9시 (옛)법주분교에서 '제4회 속리산 둘레길 걷기대회'를 개최한다. 마지막 단풍을 아쉬워하는 1000여명의 동호인들이 '높은 하늘, 따스한 햇살, 바람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 가을'을 온몸에 담으며 발걸음을 옮긴다.

이번 코스는 속리산 둘레길 중 최고의 풍광과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곳이다. 한글창제의 최고 조력자로 알려진 신미대사의 흔적을 따라 걷다 보면 솔향공원이 나온다. 이곳엔 레일바이크보다 한 수 위의 짜릿함을 선사하는 스카이바이크가 숲 사이로 1.6㎞ 설치되어 있다. 시간은 약 30여분으로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공원으로 주목을 받는다. 숲속으로 여유 있게 발걸음을 옮기면 말티재가 나온다. 말티재는 속리산의 관문으로 왕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고려태조 왕건을 비롯해 조선태조 이성계, 세종대왕, 세조가 법주사와 복천암에 가기 위해 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곳에서 숲길로 내려서면 작은 계곡과 폭포 그리고 단풍이 만들어낸 비경에 나도 모르게 멈춰 카메라를 꺼내 든다. 장재저수지에 내려서면 물결에 투영되는 한남금북정맥의 피사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지막 종착지 행궁터! 이곳은 조선조 세조가 복천암에 가는 길에 말티를 넘기 위해 행궁을 지었던 자리다. 이렇게 걷기가 마무리되면 버스가 굽이굽이 열두 구비를 따라 옛 추억을 되새기며 말티를 넘어 법주분교로 향한다.

그곳엔 장갑리 주민들이 세상 최고의 진미 잔치국수를 준비하고 손님을 맞이한다. 주민들이 불우이웃 돕기를 위해 판매하는 빈대떡과 어묵도 흥을 돋운다. 청정보은에서 생산한 건강한 먹거리 '좋아유 보은!'의 농산물도 주인을 기다린다. 세월의 흐름이 유수와 같으나 세월을 잡는 것은 나의 못이다. 속리산 둘레길에서 세월을 낚아 보시는 것은 어떠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