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기고] 한약 먹으면 살찐다?… 한약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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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기고] 한약 먹으면 살찐다?… 한약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11월 25일 16시 43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1월 26일 화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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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 대전대 둔산한방병원 통증척추센터 교수

건강의 유지나 질병의 예방 등의 목적으로 보약을 복용한다. 이러한 보약을 처방받으러 오는 환자 중 종종 체중이 증가하는지 체질이 변하는지 또는 간이 나빠지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한약을 먹으면 체중이 증가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약은 살을 찌게 할 수도 있고 빠지게 할 수도 있고 전혀 살과 무관할 수도 있다. 한약은 오직 한 가지 처방만으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약에는 녹용이나 인삼만 있는 것이 아니고 사람에 따라 처방되는 약재들이 다양하다. 예를 들어 소화기능이 떨어져서 입맛이 없어지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의 처방은 소화기능을 살려 주는 한약재를 쓰기 때문에 입맛이 살아나게 된다. 그때 소화기능이 떨어져서 영양 흡수가 잘 안 되어 빠졌던 체중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평소에 혈액순환이 잘 안되고 몸이 냉해서 잘 붓는 사람은 혈액순환이 잘되고 몸이 따뜻해지는 처방을 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부기가 빠지고 몸이 가벼워져서 활동량도 늘어나기 때문에 여러모로 체중이 빠지게 된다. 이렇듯 개인의 체질과 상태를 체크해서 처방되는 한약이라고 하여 모두가 몸을 보하는 약이 아닐뿐더러 모두 살찌게 만들지도 않게 되는 것이다.

한약을 섭취할 때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할까? 으레 술, 돼지고기, 닭고기, 녹두 등은 한약을 먹을 때 삼가야 하는 음식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약을 복용할 때 음식을 가려 섭취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는 바로 한약의 특성 때문이다. 식약동원(食藥同源·음식과 약은 그 유래가 같다)이 여기에도 적용되는데 한약은 바로 우리들의 먹거리에서부터 출발하여 약으로 발전했다. 예를 들면 목의 통증에 소염 효과가 있는 길경은 말린 도라지, 갈근은 칡뿌리를 말하는 것이고, 또 열이 많은 경우에 사용하는 사삼은 바로 더덕을 말하는 것이고 수정과를 만드는 계피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약재로 쓰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듯 수천 년을 전해 오는 한약재는 우리 일상생활의 먹을거리들 가운데 약효를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을 말려서 약장으로 옮겨온 것들이다. 따라서 처방에 사용된 한약재의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일상의 먹을거리에서도 같은 효과가 있는 음식들을 가려 먹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 몸 상태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음식도 가리도록 함으로써 회복을 돕는 지혜도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매번 같은 음식을 가려야 할 필요는 없다. 처방된 한약재의 구성이나 처방받은 사람의 몸 상태에 따라 음식을 다르게 적용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약이 체력을 잘 비축하게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약으로 구성되었다면 역시 성질이 차가운 돼지고기, 밀가루 음식, 녹두 등은 적게 먹어야 할 것이고 반대로 심한 열을 내리게 하는 한약으로 구성되었다면 닭고기, 고추 같은 매운 향신료 등의 섭취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약을 접하기 전 많이 궁금해 하는 점은 한약을 먹으면 정말 간이 나빠지는 것인가이다. 위에 말한 것처럼 한약재는 대부분 음식에서 출발한다고 했듯이 무조건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는 논리는 밥과 반찬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무조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보약도 한약도 약재이기 때문에 분명 우리 몸에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간에 무리를 주는 한약재도 있고 간의 회복을 돕는 한약재도 있는 것이다. 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몸을 보한다는 생각에 쉽게 흔히 쓰는 십전대보탕 같은 보약재를 한의사의 진단이나 처방 없이 먹게 되면 간이 더 나빠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간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진단이나 처방 없이 탕제원 등에서 보약을 제조하고 복용해 간질환이 악화된 경우도 있고, 우리가 무심코 사 먹게 되는 감기약 또한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과 처방으로 한약을 복용한다면 간 손상에 대한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한약 또한 엄연한 '약'이다. 좋다는 말에 남의 한약을 무턱대고 복용하거나 나눠 먹는 일도 없어야 하며,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한의사의 진단을 받고 복용해야 한다. 평소에 간질환 등 질병이 있는 상태라면 특히 이를 주의를 기울여 복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처방된 한약을 통해 걱정 없이 건강의 질 향상 및 질병을 예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