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럼] 송년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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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포럼] 송년 상상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12월 23일 19시 07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2월 24일 화요일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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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각 대전시건축사회장

쌀쌀한 날씨와 분주한 발걸음 속에 들려오는 크리스마스 캐롤의 울림을 오랜만에 느끼며 함박눈이라도 흠뻑 내려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발길을 멈춘 채 그 캐롤 속으로 빠져본다.

예매가 없던 시절, 성탄 특집 영화를 보기위해 매표소로 달려가 길게 줄을 서며 매진이 되지 않기를 기다리며 친구들과 삼삼오오 수다 떨던 일, 오렌지색 천막 사이로 숭숭 들어오는 찬바람에 웅크리며 대합탕과 소주 한 병으로 새로운 추억을 만들던 일들은 잊혀져가고 각종 멋진 인테리어로 뽐내는 커피숍과 카페 안에서 이어팟의 음악을 들으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채 노트북에, 휴대폰에 얼굴을 묻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음은 나 역시 그와 유사한 삶의 행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연속되는 송년 모임에 살짝 지쳐가고 있던 어제, 대학 동창 송년 모임에 참석하여 담소를 나누던 중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 우선 오십 중반을 넘기는 나이여서인지 몇 명의 건배사가 서로의 건강을 위하는 메시지였다. 건강검진을 통해 병을 발견하고 치료중인 친구들이 늘어나고 있기에 서로 염려하고 격려하는 뜻이었지만 바쁜 일상에 현실적인 가장의 역할에 충실하다가 자신을 방치한 후회도 있는 것 같아 마음 한 켠이 씁쓸했다.

또 하나는 참석하지 못한 친구들을 떠올리며 출석번호 순서대로 이름 떠올리기를 했는데 서로의 기억을 모으다보니 꽉 찬 출석번호를 만들 수 있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기억의 힘에 놀라며 더 애틋한 감정으로 서로를 간직하고 헤어질 수 있었다.

연말이 다가오면 매년 반복되는 사회적인 현상들이 있다. 그 첫 번째는 갑작스레 증가되는 도로 및 보도 보수공사이다. 바쁜 발길들의 흐름을 방해하는 곳곳의 보수공사를 보면서 왜 꼭 연말에만 대대적인 공사를 강행해야 하는지, 교통의 흐름을 감안하고 시민에게 미리 공지하여 불편한 상황을 최소화하는 기본적인 계획과 일정은 없는지 궁금하고 답답했었다.

두 번째는 정기 국회 기간 내에 통과되길 기다리는 각종 법안들의 치열한 경쟁이다. 각종 민원과 사회적 현상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상정되어진 다양한 법안들은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그 경중이나 시급성과는 별개로 뒷전으로 밀려나기가 일쑤여서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고 바라는 정치는 요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매번 갖게 된다. 이렇게 재현되는 기억은 별로 유쾌하지 않을뿐더러 개인을 넘어 사회적인 불신을 조장하는 듯 싶어 매번 찝찝하다.

모든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경제적인 안정과 평등한 사회와 진정성 있는 정치가 아닐까 싶다. 지역성을 살려 지자체가 특화되고, 지역민이 모여 마을을 특화하듯이 개인의 틀을 벗어나 함께 고민하고, 나누고, 모으는 일련의 장치들이 필요하고 활성화되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집단의 지성'이 더욱 필요한 시기에 휴대폰 너머 마주앉아 있는 서로에게 먼저 손 내미는 우리가 되어 함께하는 사회를 꾸며가길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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