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개발·재건축 복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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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개발·재건축 복마전
  • 박현석 기자
  • 승인 2020년 01월 20일 17시 54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1월 21일 화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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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탄핵에 나선 재개발 조합이 이번엔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 탄핵에 나서 시끌벅적하다. 대전 서구 도마·변동 1구역 재개발 조합 얘기다. 특정 건설사를 선정하기 위해 기존 시공사와 계약해지하겠다고 해 조합원 간 분란, 사업 지연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밝혀진 협력업체 선정과 관련, 부당한 계약으로 조합원 재산손실을 초래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브로커들은 이미 사업장을 떠났다는 후문이다.

조합원 분양까지 마치고 재정비사업의 꽃이라 불리는 관리처분인가를 앞둔 시점이라 조합원들의 원성은 더 높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변화의 바람이 불던 사업장이 지금은 찬바람만이 골목 구석구석을 훑고 있다.

최근 5년간 조합 임원 뇌물·횡령·배임 사건은 총 305건. 정비사업 관련 행정소송은 총 2193건에 이른다. 전국 통계다.

현재 대전에 재개발·재건축 도시정비사업장은 88개소. 대부분이 10여년 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국제금융위기, 국내 건설경기 하락 등으로 사업이 멈춰 섰던 곳들이다.

최근에 와서 경기 회복으로 활황장을 맞아 사업장들이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 이남 지역에선 대전이 제일 뜨겁다고 한다. 그런 만큼 곳곳에서는 여러 문제들로 내홍을 겪고 있다. 토지등소유자, 즉 원주민들이 출자한 토지와 건물로 사업이 추진되는 만큼 수백억 원대의 돈이 돌고 돌기에 이권을 놓고 다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에게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처음이다. 조합이 결성되면 비대위도 뒤따른다. 조합장 자리를 놓고 암투를 벌이기도 한다.

갈등이 봉합되지 않으면 종착지는 법원이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수익성도 하락한다.

비례율은 감소하고 조합원 평균 분담금은 올라간다. 도마·변동1구역 사례는 수많은 분쟁 사업장 중 ‘원 오브 뎀’ 일뿐이다.

최근 정비사업장에 신탁사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금융사인 신탁회사의 확보된 자금력과 사업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업을 대행하는 만큼 빠른 사업 진행과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 큰 까닭이다.

최근 동구 삼성1구역 재개발 조합도 신탁 대행 방식을 택했다. 전국에서 신탁 대행 방식의 첫 성공사례로 꼽히는 사업장은 우리 가까이 있다. 대전 동구 용운주공 재건축사업이다.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던 조합은 신탁방식을 택해 3.3㎡당 공사비 377만원을 327만원으로 낮췄다. 용운주공 재건축의 사례로 신탁 대행 방식을 택하는 조합들이 늘고 있다.

도시정비사업 활황장이 언제까지 갈지 아무도 모른다. 신탁 대행 방식이 아니더라도 용운주공 재건축처럼 모범사례가 되는 제2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 나오길 바라본다.

박현석·대전본사 경제팀 standon7@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