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3.5㎏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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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3.5㎏의 무게
  • 충청투데이
  • 승인 2020년 02월 20일 18시 08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2월 21일 금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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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대원 전무이사(수필가)

날갯죽지가 뻐근하다. 양날개의 용도를 잘못 쓴 탓일까. 나는 태어나서 지금껏 날아본 적이 없다. 난다고 해도 육중한 체중을 어찌 두 날개로 감당하랴. 인간의 날개는 어차피 새의 날개처럼 제구실을 못하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3.5㎏, 연탄 한 장의 무게를 같잖게 여긴 탓이다. 성인이 들기엔 연탄 한 장의 무게는 우습다. 하지만, 수천 장의 연탄을 날개를 의지하여 들고나니 탈이 나고야 만 것이다. 즐거움에서 오는 피로라 사나흘 근육통이 일다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3.5㎏의 사랑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다. 많은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엮은 따뜻한 동행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찾아간 집은 리어카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골목길에 자리한다. 담장을 등 뒤로 직장 동료 사십여 명이 일렬로 골목에 줄지어 선다. 연탄장수가 큰 길목에 부려놓은 연탄을 온기가 필요한 집으로 옮기는 일이다. 연탄을 손에서 손으로 옮겨 혼자 사는 노인의 집 창고에 차곡차곡 쌓는다.

작은 창고에 가득 찬 연탄을 바라보니 흐뭇하다. 우리의 두 날개를 부지런히 움직여 옮겨 놓은 연탄은 어르신들이 한겨울을 따스하게 보낼 양식이나 다름없다. 다 쓰러져 가는 임시창고에는 연탄을 이백여 장밖에 쌓을 수가 없다.

아쉽게도 이 연탄으로는 겨울을 온전히 보낼 수가 없단다. 무엇보다 허리의 통증을 호소하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제시간에 연탄을 갈 수 있으려는 지가 걱정이다.

연탄 나눔 행사의 날마다 날씨는 인간의 마음처럼 변덕스러웠다. 그 덕분에 그날의 삶의 기록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첫해는 강바람이 몹시 불어 바람에 맞서서 연탄을 날라야만 했다. 연탄 가루가 바람에 실려 얼굴에 까맣게 뒤집어쓴 줄도 모르고 버젓이 길거리를 돌아다닌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그다음 해는 새벽부터 눈과 비가 번갈아 오락가락하여 이 행사를 진행해야 할지 마음의 갈등이 일었다. 하지만, 연탄을 기다리는 분들을 떠올리면, 행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 우비를 걸쳐 입고 버석거리며 연탄을 옮겼다. 연탄 가루 덕분에 온몸에 까만 칠은 물론이고, 흰 우비 위로 까만 빗물이 줄줄 흘러 운동화 속으로 스며들었다. 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궂은 날씨와 주변 환경이 어려울수록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와 동행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인간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지 않기 때문이었다. 매년 치르는 행사에 같은 얼굴만 보였다. 경제적인 것을 고려한 물질적인 봉사도 어렵지만, 직접 나서서 사랑의 무게를 함께 질 봉사도 쉽지 않았다. 사랑하는 마음을 보태어 시간을 나누고 몸으로 행위를 나누는 일이었다. 봉사라는 타이틀에 어쩔 수 없이 마음에도 없는 행위를 억지로 따라 하는 사람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함께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진정한 마음으로 소외된 이웃을 바라보면, 다음에도 기꺼이 함께하리라.

허리 굽은 노인의 모습은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뱀뱀이 없는 자식들은 혼자 태어난 듯 노인들을 찾지 않는단다. 노인들은 홀로 외로움과 추위를 견디고 있다. 그분들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가 나눈 연탄 3.5㎏ 사랑의 무게를 저울로는 달 순 없다. 연탄구멍 하나하나에 사랑의 마음으로 지핀 불기운이 활활 타오를 것이다. 그 사랑의 기운을 어찌 숫자로 가늠하랴. 어르신들은 이웃의 따뜻한 정과 온기로 올겨울은 무탈하리라. 골목을 돌아 나오는 길, 고목에 둥지를 튼 까치집이 유난히 평화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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