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야학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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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야학을 마치고
  • 충청투데이
  • 승인 2020년 06월 11일 19시 30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6월 12일 금요일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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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은 희 ㈜대원 전무이사(수필가)

아지트를 나선 골목이 유난히 밝다. 야학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라 그런가 보다. 글공부하는 분들의 한결같은 마음도 한몫했으리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함께하는 글벗이 있어 가슴은 어느 때보다 충만하다. 마치 늦은 밤 도서관을 나서던 십 대의 모습처럼 갸륵하다. 오늘처럼 순수로 가득한 날은 가슴에 무언가가 마구 꿈틀거린다. 아마도 조건 없는 사랑에 마음의 작용이 아닌가 싶다.

혜안글방은 수필을 배우는 직장인의 소모임이다. 야학은 오 년 전 직장인을 위한 글쓰기 강연이 시초가 된다. 타인을 미약한 재주로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다. 개인의 글쓰기 차이도 있고 공부할 장소도 만만찮아 주춤거렸다. 누군가 '성숙하지 못하다는 것은 몸과 마음이 시키는 일을 못 하는 상태'를 말한다. 마음이 시키는 일을 아니 성숙하고자 일을 저지르고야 만다. 동안에 터득한 나만의 노하우 전수에 몰입한다.

작가마다 수필을 빚는 남다른 철학이 있으리라. 글을 배우고 싶어 안달하던 예전의 처지가 떠오른다. 이론 서적을 읽고 필사도 수없이 하였다. 하지만, 독학은 자신의 글을 평가하거나 지도받을 수 없다는 것이 흠이다. 낮에는 생업으로 종종거리고 밤으로 글을 배울 곳이 간절한 것이다. 그들의 마음을 알기에 글쓰기 실전에 열정을 쏟아붓는다.

한 번은 아지트에서 글쓰기를 지도하고, 평소에는 이메일로 작품을 첨삭한다. 글방의 아지트는 주택가 자그마한 식당이다. 야학 장소로 식당과 카페를 번갈아 전전하다 정착한 곳이 바로, '달보드레'다. 주인은 공부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지 식당 열쇠를 맡긴 지 여러 해다.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우리의 처지를 배려한 것이다. 주인장의 음식도 정갈하지만, 공간을 선뜻 내줘 문학을 향한 목마름의 해갈과 작가의 꿈도 이루게 해준 고마운 분이다.

수필은 인간학이다. 일상의 체험에서 우러난 사유를 형상화한 문학 장르이다. 정서적 감응으로 자아 성찰과 자기 치유력이 생긴다. 글로 자신의 삶을 풀어놓으며 마음의 오래된 상처도 아물고 치유되리라. 더불어 공모전에 도전하여 입상과 신춘문예에 당선하여 기쁨은 배가 되니 무엇을 더 바라랴. 심혼을 담은 글쓰기로 생활의 활력은 물론 고상하게 늙어가는 꿈도 이루리라.

당신과 나는 '문학의 산' 오름의 조력자다. 문학을 한다고 겉으로 달라질 건 없으나 적어도 내가 누구인지는 알고 살리라. 오늘도 아지트에 불빛이 환하고, 뜨거운 열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니 꿈을 이룰 날도 멀지 않았다. 그대가 문학을 포기하지 않고 혼신을 불사른다면, 희대(稀代)의 명작(名作)이 탄생하리라. 오늘도 아지트의 마지막 전등을 끄며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린다. 그대여, 부디 당신 안에 문학의 꽃이 활짝 피어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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