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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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선물’
  • 충청투데이
  • 승인 2020년 07월 16일 19시 30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7월 17일 금요일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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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옥 수필가

전화기를 통해 전해온 한통의 메시지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아침이다.

꽃밭가득 만발한 족두리 꽃무리와 하얀 접시에 수박 두 쪽이 담긴 사진을 선물이라며 언니는 내게 보내왔다. 온라인상에서 수없이 날라드는 사진인 듯싶어 밀쳐놓으려는데 뒤이어 메시지가 왔다.

얼마 전 사무실 앞 작은 공터에 뿌려놓은 꽃씨가 휴일동안 소담하게 꽃을 피워 한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에 선물이 돼 출근을 환하게 맞았다고. 책상 위에 누군가 갖다 놓은 수박이 또 어찌나 색이 예쁜지 그 또한 선물이라서 함께 나누고 싶었단다. 바람결에 일렁이는 작은 꽃송이 앞에서도, 과일 한쪽 빛깔에서도 저리 행복해하며 마음을 나누려는 순수를 선물로 받으니 침잠돼 있던 나의 심연에서 소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소소하고 굴곡진 일상일지라도 다듬고 분칠해 주옥같은 수필작품으로 지어내고자 하는 욕구와 염원이 꽤 오래전부터 간절했었다. 허나 순수문학을 창작하고자 하는 욕구와는 달리 소재의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대며 허망한 시간을 길게 보냈다.

마음의 양식과 인격수양이 덜 여문 탓이었을까. 시선은 높고 먼 곳에만 머물고 쉽게 글감을 찾지 못하던 나에게 언니가 보내온 선물은 큰 울림이 돼 딱딱하게 굳어가던 감성들을 흔들어 놓는다. 돌아보니 산다는 것은 온통 선물 보따리다.

은가루를 쏟아부은 것 같은 이지러진 달빛이 드리워진 방에서 고단했던 심신을 안온하게 쉴 수 있었던 호젓한 지난밤 또한 하루를 마치며 받은 선물이었다. 그뿐인가. 찰나의 시공간 안에 머물지라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는 작필의 의지와 감성이 내 안에서 살아 움직인다는 것만으로도 인생길의 충분한 벗이 되어 외롭지 않으니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 있으랴. 일상의 편린들을 글로 옮기며 수필이란 작품으로 엮는 작업은 신성한 성찰이며 내 안에 있는 감성은 부모님께서 내려주신 귀한 선물이었다. 평화는 감사라는 선물이 되고 현실에서 부닥치는 고통은 희망이란 선물이 함께하니 내게 주어지는 소소한 기쁨과 선물들을 감사하며 온유하게 살리라.

평범한 일상에서 주어진 안온함과 소소한 행복들이 내 삶 테두리 안 도처에서 글감으로 널려있었거늘 어디서 무엇을 찾고자 늘 목이 말랐던가. 선물이라는 명제 앞에서 금전적인 값어치와 외향만으로 잣대질하던 외눈박이 편견과 과욕이 감성과 이성의 간극을 좁혀 한동안 혜안을 흐리게 했음은 인성의 겸비가 부족했던 탓일 거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언니의 심성을 문학인의 초심을 다시 추스르는 선물로 받은 오늘, 나도 누군가에게 나눠줄 선물을 서둘러 찾아본다.

십년 만에 피어나 집안가득 그윽하게 향기로 채워준 행운목 꽃향기부터 이웃에게 나눠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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