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베토벤 아벤트’, 미래지향적 뉴노멀 음악제 선보이다
상태바
[시선] ‘베토벤 아벤트’, 미래지향적 뉴노멀 음악제 선보이다
  • 충청투데이
  • 승인 2020년 09월 08일 19시 30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9월 09일 수요일
  • 18면
  • 지면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지난 26~29일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음악제인 대전예술의전당의 ‘베토벤 아벤트’가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이번 음악제는 코로나로 무관중인 상태에서 전례 없이 실시간 온라인 공연으로 진행됐다. 객석에 관객이 없었다고 하나 오히려 미래에 펼쳐질 새로운 뉴노멀 음악제의 척도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무엇보다도 올해 베토벤 아벤트는 공연장과 연주자, 관객의 삼각축에 지각변동과 이슈를 불러일으킨 차별화된 축제였다. 가장 주목할 사항은 전통적인 음악제 프로그램 진행 방식에서 벗어났다는 데 있었다. 음악제 무대에 오를 곡목을 주최 측에서 미리 지정해 개별 곡마다 오디션으로 연주자를 뽑았고 베토벤 음악의 핵심인 피아노 소나타를 중심으로 첼로 소나타, 바이올린 소나타, 실내악곡이 선택됐다. 나흘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최대한 베토벤을 많이 알리기 위해 선정된 베토벤의 핵심 레퍼토리였다. 더구나 작품 전체를 연주하는 통상적인 관습을 벗어나 주요 악장을 위주로 연주곡이 정해졌다. 한 연주자가 한 작품을 연주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클래식음악 전통에서도 벗어났다. 소나타가 대곡일 경우 악장별로 다른 연주자에게 연주할 기회를 주는 파격이었다. 제한된 시간과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다수의 연주자가 다양한 베토벤 음악을 연주하며 관객에게도 같은 곡을 다르게 해석하는 연주자의 생동감 넘치는 개성을 파악할 기회를 부여했다.

연주자에게는 신선한 도전의 장이었다. 지금까지 연주자들은 음악제 이름을 내건 축제에 참여하고 싶어도 막연한 동경 속에서 좌절을 맛봐야 했다. 시스템이 견고한 기존 음악제 현실에서 무대에 설 기회조차 갖지 못한 연주자는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했다. 이제는 달라졌다. 지위와 학벌에 상관없이 누구나 현장에서 더 좋은 연주를 펼친 연주자가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예술가로서 존중받아야 할 현실적인 대가도 연주자들을 고무시키고 의지를 불태운 큰 원동력이 됐다. 오디션에 뽑힌 연주자들은 자부심과 기쁨이 넘쳤고 새로운 무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미래의 발판이 됐다. 더구나 연주자들의 표정과 손동작을 생생히 전달하는 카메라 기법이 활용돼 연주자들은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온라인 관객의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청중은 영상 앞에서 박수를 쳤고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아 열렬히 응원했다. 힘내라, 잘한다, 멋지다와 같은 추임새는 기존 클래식공연장 내에서는 표현할 수 없는 말들이다. 이들은 댓글 창을 통해 실시간으로 자신이 응원하는 연주자에게 환호를 보냈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뜨거운 연주회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단시간에 대전예당에서 있었던 기존의 공연 조회수를 훌쩍 뛰어넘은 뜨거운 반응은 그만큼 이번 음악제에 대해 일반인들과 음악인들의 관심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주는 반증이다. 제한된 객석 수를 넘어 수천 명이 넘는 관객을 확보하게 됐다. 이들은 앞으로 반복해서 자신이 보고 싶은 공연을 보며 베토벤 음악을 듣고 즐길 것이다.

결과적으로 2020 베토벤 아벤트는 전통과 관습을 뛰어넘는 결실을 이뤘다. 관객이 올 수 없는 위기의 시대에 이슈를 불러일으켜 새로운 시대의 뉴노멀 음악제를 제시했다는 데 가장 큰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