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고 물 건너 선생님이 왔다…영화 '교실 안의 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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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고 물 건너 선생님이 왔다…영화 '교실 안의 야크'
  • 연합뉴스
  • 승인 2020년 09월 27일 08시 56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9월 27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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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아픽처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슈아픽처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선생님은 미래를 어루만지는 사람이래요."

오는 30일 개봉하는 '교실 안의 야크'는 교사가 주인공인 영화다. 그렇다고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아이들에게 참된 교육을 하는 교사가 나오지는 않는다.

가르치는 일에 도무지 의욕이 없고, 펍에서 노래 부르기를 즐기는 철부지 교사가 등 떠밀려 가게 된 벽지마을 학교에서 내적으로 성장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행복의 나라'로 알려진 부탄에서 교사로 일하는 유겐(셰랍 도르지)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자신의 직업과 할머니와 친구들이 만족하며 살아가는 이 작은 나라가 영 갑갑하기만 하다.

교육부 장관과의 면담 자리에서 "교사 체질이 아니다"라고 대꾸하는 유겐. 교육부 장관은 그에게 겨울이 오기 전까지 벽지마을 루나나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치라고 최후통첩한다.

루나나는 인구 56명이 모여 사는 고도 4천800m의 외딴곳이다. 호주 이민을 꿈꾸던 유겐은 비자 문제를 친구에게 맡겨두고 겨울까지만 버티자는 심정으로 루나나로 떠난다.

자신을 마중 나온 루나나의 목동은 강을 따라 6일만 가볍게 걸어가면 된다고 했지만, 길은 바위산처럼 험하기만 하다. 200%가 방수된다던 새 신발도 진흙으로 뒤범벅되고 유겐은 짜증과 불만이 곧 터져버릴 것 같은 상태로 루나나에 도착한다.

결국 촌장에게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선포해 버린 유겐. 떠날 채비가 준비될 때까지 대강 하기로 한 수업에서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과 마을 주민들의 호의에 조금씩 마음의 눈을 뜨기 시작한다.

교사로서 사명감은 찾아볼 수 없었던 유겐은 어느새 수업을 위해 칠판을 만들고, 종이가 없는 아이들을 위해 바람을 막기 위해 창문에 붙여둔 전통지를 떼어내며 열의를 보인다.

유겐이 루나나에서 느낀 행복은 무엇이었을까. 주어진 삶을 감사하게 여기는 마을 사람들의 순수함,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교사로서의 보람, 때 묻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에서 오는 경이로움이 관객에게 전달된다.

눈에 띄는 점은 루나나에서 이런 값진 경험을 한 유겐이 불평불만을 하며 지내온 지난날을 후회하지도 않고, 호주로 떠나려는 이민 계획을 접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는 유겐이 루나나에서 찾은 행복이 곧 정답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관객들에게 유겐을 통해 루나나를 경험하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갖게 한다. '교실 안의 야크'가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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