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퍼 무비에서 통쾌한 권선징악 복수극으로…영화 '도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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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퍼 무비에서 통쾌한 권선징악 복수극으로…영화 '도굴'
  • 연합뉴스
  • 승인 2020년 10월 29일 08시 24분
  • 지면게재일 2020년 10월 29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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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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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는 혼자서 고대 사찰 황영사의 9층 석탑 안에 있는 금동 불상을 훔쳐낸다.

값을 매길 수 없는 이 국보급 보물을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 덜렁덜렁 들고 다니며 골동품 상가에 냄새를 풍긴다. 금동 불상은 거대한 목표를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고미술계 큰 손과 일하는 엘리트 큐레이터 윤 실장(신혜선)과 접촉한 강동구는 오랜 인연의 숨은 조력자들에 고분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조우진), 전설의 삽질 달인 삽다리(임원희)를 모으며 판을 키운다.

중국에 있는 고구려 고분 벽화 도굴도 맛보기일 뿐, 강동구 일당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선릉과 최종 목표를 향해 땅을 파고들어 간다.

영화 '도굴'은 일종의 케이퍼 무비(범죄의 계획과 실행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영화)다.

범죄 대상이 세상에서 '제일 크고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따위가 아닌 문화재다. 신선할 수도, 위험할 수도 있는 소재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다소 안전한 선택을 한다.

하나의 거대하고 치밀한 범죄를 위해 모인 전문가들이 서로 속고 속이며 긴장과 재미를 만드는 대신, 범죄자인 도굴꾼이 사연을 품은 선인으로서 절대악을 응징하는 권선징악의 통쾌한 복수극으로 변주했다.

관객의 취향에 따라 재미를 반감하는 요소가 될 수도, 감동 혹은 대리만족을 배가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겠다.

범죄 오락 영화로서 매력을 놓친 건 아니다. 선인과 악인으로 일찌감치 편이 갈라진 상황에서도 나름의 반전이 이어지고, 땅 밑에서 이뤄지는 도굴 장면도 흥미롭게 살려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유쾌한 에너지와 합이 좋다. 이제훈 본인의 말처럼 한동안 '장르적 쾌감이나 작품 속 의미'에 몰두했던 그가 깐족거리며 능글맞게 연기한 강동구는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고위 공무원 역을 단골로 맡으며 입었던 양복을 벗고 잔망스러운 아저씨로 변신한 조우진과 코믹 연기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는 임원희가 만나 몸을 사리지 않고 흙탕물을 뒹군 현장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도가니', '수상한 그녀' 등의 조감독 출신인 박정배 감독의 데뷔작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11월 4일 개봉.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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