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기고] 정부정책에 역행하는 대전광역시 정신보건시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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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기고] 정부정책에 역행하는 대전광역시 정신보건시책
  • 충청투데이
  • 승인 2021년 01월 14일 19시 30분
  • 지면게재일 2021년 01월 15일 금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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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범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

2017년 5월 30일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마련, 정신질환자의 관리체계를 전면적으로 바꿔 정신건강정책을 추진, 시행에 들어갔다. 이는 19대 국회에서 기존 정신보건법을 전부 개정해 통과시킨 법률인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후속조치였다.

특히 제19조에는 정신재활시설의 종류와 사업이 명시돼 있다. 정신재활시설은 생활시설과 재활훈련시설, 중독자재활시설, 생산품판매시설, 종합시설로 5단계로 구분된다. 재활훈련시설은 주간재활시설과 공동생활가정, 지역사회전환시설, 직업재활시설, 아동·청소년정신건강시설 등으로 세부화 했다. 이 가운데 지역사회전환시설은 지역 내 정신질환자 등에게 일시 보호 서비스 또는 단기보호서비스를 제공하고 퇴원했거나 퇴원계획이 있는 정신질환자 등의 안정적인 사회복귀를 위한 기능을 수행하며 이를 위한 주거제공, 생활훈련, 사회적응훈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주간재활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을 통해 자립역량을 키워나가는 기초단계로서 사회복귀 적응훈련의 성격을 갖도록 한 것이다. 이런 체계적인 정신재활시설의 구축을 통해 이른바 탈원화를 통한 지역사회 복귀를 유도하겠다는 법적 청사진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 중심의 관리 체계에서 예방·보호 중심의 관리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약칭 정신건강복지법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대전시의 경우 3179명의 등록정신장애인이 있지만 실제 정신질환자는 1만 5000명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복귀를 위한 정신재활시설은 29개소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대전시는 사회복지법에 따라 시설장이 만 65세 정년이 되면 해당 시설을 신규시설로 전환해 2년 동안 지원을 중단한다는 불합리한 지침까지 만들어 사회복귀시설의 확대는커녕 기피현상을 자초하고 있다. 다른 사회복지법인들과는 달리 정신재활시설에만 이런 가혹한 행정규제를 가하고 있다. 정신재활시설을 확대해 인프라를 확충해 나간다는 것은 보건복지부가 이미 기본 방침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장애인들의 인권과 재활자립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필수적인 정신재활시설의 확대는 보건복지부가 기회가 날 때마다 주장하는 내용이다. 정부정책에 역행하는 대전시의 불합리한 행정규제는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는 정신건강증진과 지역사회재활기관 운영에 있어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대전시 정신재활시설보조금 중단기준을 보면 운영주체 또는 시설장이 변경될 경우 신규시설로 갈음해 지원을 중단하고 변경 시점부더 2년 간 건전운영을 확인한 후 보조금지원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시설장이 만 65세가 되어 정년으로 은퇴한다고 해서 시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데도 이를 신규시설화해서 2년 동안 지원을 중단한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대전시의 이러한 행정행위는 앞으로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은 물론 열악한 여건에서 고군분투하는 정신재활시설로부터 반발도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약칭 정신건강복지법을 만들어 탈원화를 유도하면서 사회복귀 정책을 추진하며 정신재활시설의 인프라확충에 아직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시는 정부정책에 역행하며 시설장이 정년이 되어 바뀌었다는 이유로 보조금 지원을 중단한다면 정신재활시설의 참여와 확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만든 법률의 명칭도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다. 정신질환자들의 복지서비스 개선은 앞서 시행규칙에서 살펴봤듯 광역시·도지사는 물론 일선 시·군·구 자치단체장의 의무사항이다. 신규시설도 지원을 확대해 인프라를 확충해야 하는데도 운영하고 있는 기존 시설마저 시설장 정년을 이유로 신규로 돌려 지원을 중단한다면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복지서비스는 표류할 수밖에 없다. 정신분야는 아직도 개선해야할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신질환자의 복지서비스 증진은 이제 지역사회가 함께 해야 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민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대전시의 정신보건시책이 규제일변도의 고압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정부정책에 부응하는 진취적인 자세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래야만 고통 받는 정신질환자들에게 재활 자립을 향한 밝은 희망과 꿈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정신재활시설 보조금 중단기준을 재검토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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