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무관심 먹고 자라는 재선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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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무관심 먹고 자라는 재선충
  • 충청투데이
  • 승인 2007년 03월 27일 18시 00분
  • 지면게재일 2007년 03월 28일 수요일
  •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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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태 산림청 산림보호본부장

짧은 겨울만큼 봄소식이 일찍 찾아 왔다. 남녘에서는 훈풍을 타고 매화와 산수유 꽃내음이 퍼지고, 봄의 전령인 진해 벚꽃도 3월 하순에 일찍 필 것이라는 소식이다. 기상청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지난 10년간 평균 기온이 0.6도 상승해 봄이 2주 이상 빨라졌다고 한다. 이와 같은 기온상승으로 산림에 생태계 교란 현상이 나타나 소나무·잣나무가 재선충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재선충병은 지난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최초로 발생해 경남일대와 경북 일부 시·군의 소나무림에 피해를 줬으나 이번에 경기도 광주와 남양주, 강원도 춘천과 원주의 잣나무림에서 재선충병이 발견됨으로써 안전지대라 여겨지던 중부지방도 재선충병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잣나무림에 재선충병이 발생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소나무와 해송에만 발생된다고 알려진 재선충병이 우리의 고유수종인 잣나무도 감염시킴으로써 산림관리에 비상이 걸려 있다.

재선충병은 크기가 1㎜ 내외의 재선충이 나무의 조직 내에서 빠른 속도로 번식해 수분 이동통로를 막아 나무를 죽게 하는데, 한번 감염되면 80%가 1개월 안에 죽고, 1년 이내에 100% 고사하기 때문에 소나무류에는 가장 치명적인 병이다. 일본과 대만의 많은 소나무가 이 병으로 죽어가고, 중국에서도 동부에서 서부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재선충은 너무 작아 스스로는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나 북방수염하늘소의 몸에 들어가 이동한다. 매개충이 4월까지는 나무 안에서 유충상태로 있다가 5월 초순부터 성충이 되면서 나무에서 나와 소나무류의 잎을 갉아 먹을 때 몸안에 있던 재선충이 소나무류에 침입하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재선충 자체를 죽이는 방법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재선충을 옮기는 매개충을 잡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매개충이 성충이 돼 나오기 전인 4월 말까지 감염된 소나무류를 벌채해 파쇄하거나 소각 또는 약제로 훈증해 나무 안에 있는 매개충의 유충을 죽이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같이 감염된 소나무류를 빨리 발견하면 벌채해 방제함으로써 재선충병 확산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그러면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는데도 지금까지 어떻게 확산된 것일까. 그것은 다음의 두 가지 요인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재선충병으로 죽은 소나무류를 방치하는 경우이다. 재선충병은 한두 그루가 말라 죽은 상태에서 빨리 발견하고 곧바로 벌채·방제하면 쉽게 잡을 수 있으므로 주민의 관심과 감염목 발생신고가 가장 중요한 방제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재선충병으로 죽은 소나무를 벌채해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경우이다. 재선충병은 대부분 이 같은 인위적인 감염목 이동으로 다른 지역에 확산된다. 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는 일체 이동시키지 않고 그 자리에서 벌채·방제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의 관심과 불법 이동에 대한 신고가 가장 중요한 예방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산림당국에서는 매년 재선충병 예방과 방제에 500억 원 내외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소나무류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켜 본다면 연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재선충병 발생지역에서 죽은 소나무류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살아 있는 소나무류도 산림당국의 확인을 받아 반출하는 성의를 보인다면 재선충병은 몇 년 안에 잡을 수 있다.

재선충은 인간의 무관심을 먹고 자란다. 우리의 관심이 재선충을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때 재선충병은 이 땅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