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우리집에 옆집 문패가 달려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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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우리집에 옆집 문패가 달려 있다면?
  • 김석진 기자
  • 승인 2002년 09월 28일 00시 00분
  • 지면게재일 2002년 09월 28일 토요일
  •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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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서부본부 취재부장
요즘은 아파트문화가 확산되면서 문패를 찾아보기 쉽지 않지만 단독주택이 주거형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집엔 호주의 이름과 주소가 적힌 문패가 걸려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오늘날의 문패에는 호주의 이름과 주소를 써서 대문에 부착하는데 직육면체 모양의 나무나 돌에 주소와 성명을 새긴 것이 많고, 납작하고 네모난 아크릴판에 새겨서 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옛날에는 토지에 번호를 붙이는 지번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숫자로 주소를 나타낼 수 없었다.

19세기 종반에 이르러서는 지금의 체신청이랄 수 있는 우정국이 생겼고 더불어 우편제도의 발달을 가져와 편지 등의 왕래가 많아졌는데 이로 인해 문패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나라에서 집집마다 문패를 달도록 법으로 정하게 됐는데 이것이 바로 광무 연간(1897∼1906)의 일이다.

그러나 문패의 기원은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옛날에는 높은 벼슬을 했거나 충신·효자·열녀 등 충절을 지켰던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나라에서 표창한 내용을 홍패나 청패에 써서 솟을대문 위쪽에 내걸었는데 이것이 문패의 시작인 것이다.

문패라는 말도 홍문(紅門)과 패액(牌額)을 합해 줄인 말이다. `홍'은 충신, 효자, 열녀의 일편 단심 붉은 마음을 뜻하며, `문'은 그 사람의 가문을 뜻한다. 패액이란 그러한 홍문에 내거는 현판으로, 패액의 테두리에는 여러 가지 무늬와 단청으로 장식했다.

이러한 문패는 집의 주인을 뜻하고 그 집이 속한 행정구역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따라서 김씨 집에는 김씨의 문패가 걸려 있기 마련이고 박씨 집에는 박씨의 문패가 걸려 있는 것이 기본이다.모두들 그 집안의 가장이나 호주의 이름을 문패에 새겨 걸어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자기 집에 자기 문패를 걸지 못하고 남의 문패를 걸어 놓은 곳이 있다.
바로 당진에 있는 '평택항'이다.
당진에 위치해 있으면서 '당진항'이라 불리지 못하고 평택항이라는 남의 집 문패를 달고 있는 것이다. 서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단지 문패가 남의 이름으로 걸려 있다고 해서 서러운 것이 아니다.제 이름을 걸지 못한 이유로 해서 당진항은 처절한 차별과 멸시를 받고 있는 것이다.

안정적인 국비지원사업은 평택에 집중해 있고 당진은 민자유치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 뿐 아니라 같은 시설을 설치하더라도 평택에는 무공해 시설을 설치하는 반면 당진에는 공해유발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눈 뜨고 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연간 적게는 수백억에서 많게는 수천억이 이르는 국비가 이름을 갖지 못한 당진항엔 한푼도 지원되지 않고 모조리 평택항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당진항에 당진항이라는 문패를 달고자 하는 움직임이 당진지역을 중심으로 발화해 충청 전역으로 확산돼 가고 있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충청 지역민의 공감대 속에 당진항이라는 문패를 달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는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해양수산부 항만담당 관계자들조차 당진항이 분리지정돼야 한다는 당위성에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그동안 침묵했던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과 충남도가 조금만 적극적으로 분리지정을 위한 노력을 해 준다면 당진항에 '당진항'이라는 문패를 다는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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