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밤을 디자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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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밤을 디자인하자
  • 김일순 기자
  • 승인 2013년 03월 10일 18시 50분
  • 지면게재일 2013년 03월 11일 월요일
  •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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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순(사회부 차장)

음력 보름을 전후한 토요일 밤 천년고도 경주에서는 달빛 역사기행이 펼쳐진다.

은은한 달빛 조명 아래 문무대왕릉과 불국사, 첨성대, 분황사 등 역사의 숨결을 담고 있는 유적지를 문화유산해설사와 답사하며 사물놀이 등 전통 공연을 감상하고 길놀이와 탑돌이를 하는 야간 관광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경주의 풍부한 문화자원과 테마체험 관광을 결합한 달빛 기행은 1994년 시작돼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모두 9차례밖에 운영되지 않지만 연간 참가자가 6000명이 넘을 정도로 밤에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관광 상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경주는 또 천마총과 안압지 등 신라를 대표하는 역사적인 상징물에 해가 지면 야간 조명을 입혀 생명력을 부여하고 신비로움을 야기해 관광객을 매료시키고 있다.

이색적인 밤 풍경을 연출하는 야간 디자인에 공을 들인 경주는 신라의 수도라는 역사·문화적인 자긍심을 높이면서 경제적인 유발 효과까지 톡톡히 보고 있다.

잠시 머물며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늦은 밤까지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해 여행경비 지출을 유도하는 체류형 관광지로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관광이 국가 기반산업인 이집트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기자 피라미드와 룩소르 카르나크 신전, 아부심벨 등에서 야간에 음악과 레이저 쇼 등 조명 연출이 화려하게 어우러지는 '빛과 소리의 향연' 공연이 관광자원화 된 지 오래다.

매일같이 3~4회씩 사막의 밤하늘을 수놓는 이 야간 공연은 올해로 시작된 지 51년째로 관광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막대한 입장료 수입과 함께 낮에 피라미드를 보기 위해 한꺼번에 몰리는 관광객들을 시간대로 나눠 분산시키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보고 있다. 이집트는 ‘아랍의 봄’ 사태로 혼란을 겪기 전인 2010년 인류 문명의 발상지인 나일강에 야간 관광객을 더욱 끌어 들이기 위해 100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들여 922개의 야간 조명을 설치하기도 했다.

야간 디자인은 도시의 이미지와 성격도 변모시킨다. 유달산 일등바위와 노적봉, 낙조대 등 자연경관을 활용한 야간 경관 조명을 연출한 전남 목포가 대표적인 사례다.

관광객을 유입하고 도시 이미지 변신을 위해 의도적으로 화려한 볼거리를 창출하는데 초점을 맞춘 목포의 야간 디자인은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우수상을 받아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효용성 논란 등 잡음도 있었지만, 야간 볼거리를 찾아 외지 방문객이 크게 늘며 '형님'과 '조폭' 등으로 대변됐던 부정적인 도시 이미지가 불식된 것이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또 2005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내리 3선을 기록한 정종득 목포시장이 반대 여론에도 야간 경관 조명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점을 들어 연임의 밑거름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전도 밤의 디자인이 새롭게 바뀐다. 6월에 원도심인 중구 으능정이 거리에 초대형 멀티미디어 야외 영상시설인 LED 스크린이 설치돼 화려한 영상 쇼가 밤마다 펼쳐진다. 옛 충남도청사 이전으로 쇠락해가는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 넣을 구원투수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문화예술의전당과 시립미술관, 엑스포시민광장, 한밭수목원 등 문화적 향유와 레저 활동 공간이 몰려 있는 둔산대공원도 야간경관 개선사업을 통해 편안한 빛을 연출하는 고품격 장소로 탈바꿈된다. 신도심과 원도심을 대표하는 공간에서 진행되는 야간 디자인 사업을 통해 새로운 대전의 랜드마크가 탄생해 도시의 수준을 더욱 높게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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