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 상치르고도 봉사나섰던 '천사 총무님'
상태바
친정엄마 상치르고도 봉사나섰던 '천사 총무님'
  • 이한성 기자
  • 승인 2014년 09월 04일 20시 36분
  • 지면게재일 2014년 09월 05일 금요일
  • 1면
  • 지면보기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향만리]정귀옥 대전 관저2동 자원봉사회 총무
봉사회 자비 십시일반 모아
관내 11개 경로당 식사제공
어려운 학생들 교복비 지원
추석 홀로지낼 어르신… 먹먹
친부모처럼 어르신 모실 터
▲ 정귀옥 관저2동 자원봉사회 총무.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까’라는 마음에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활동 초반, 장애인 복지시설과 노인 요양시설을 돌며 비위가 상한 적도 있고, ‘이걸 어쩌나’ 하며 도망도 다닌 적이 있었다. 지금은 노인 목욕봉사는 물론 어르신들의 ‘변을 받아내는 일’도 스스럼 없어졌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봉사활동이 벌써 15년이 됐다.

대전 서구 관저2동 자원봉사회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정귀옥 씨 얘기다. 정 씨는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밝은 모습을 보였지만 코앞으로 다가온 추석명절에 홀로 지내실 어르신들 이야기가 나왔을 때 표정이 잠시 숙연해졌다.

그는 “지난해 추석에 송편을 들고 어르신들 댁을 돌다가 뒤통수가 따가워 혼난 적이 있었어요”라며 운을 뗐다.

정 씨는 “할머니 한 분이 ‘송편이 올 때가 됐는데 하도 안와서 올해는 안오나보다 했는데 와줘서 고맙다는 거예요”며 어찌나 반가워하시던지. 별것 아닌 송편을 갖다드리는데 그렇게 좋아하시니 죄송하기도 했고 안쓰럽기도 했어요”라고 했다. 이어 “사실 작은 송편 하나라로 그렇게 반가워 하시는 것은 누가 찾아오지 않는 집에 사람이 온다는 게 즐거우셨던 게 아닌가 싶어요. 결국 그분들은 사람이 그리우셨던 것 같아요”라고 했다.

봉사활동을 하며 조금은 형식적인 활동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자신의 ‘친정어머니’를 언급하며 그렇지 않다고 단호히 답했다.

정 씨는 “재작년에 친정엄마가 돌아가셨는데 상을 치르고 15일 만에 경로당 봉사활동에 참여해야 할 상황이 있었어요”라며 “그분들 앞에서 분위기를 띄우려고 마이크를 잡고 신나게 노래를 해야 하는데 박수치며 웃으시는 분들 한분한분이 우리 엄마같아 목이 메여 혼났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엄마 생각’에 잠깐 하늘을 보며 눈물을 참아내고는 “우리야 매달 봉사활동을 가는거지만 11개 경로당이니까 사실 1년에 한번 뵙는겁니다. 그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년에도 뵐 수 있을까’하면서 먹먹한 마음이 들어요”라며 “그래서 지금 조금이라도 더 잘 해드려야지 하는 생각밖에 없어요”라고 했다.

봉사의 즐거움을 물었더니 그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정 씨는 “사실 봉사활동이라는 게 자기의 시간을 빼서 하는 것 아닌가. 우리 회원들은 각자 도저히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한달에 이틀은 반드시 모여요”라며 “그게 쉬운일이 아닌데도 모두들 고맙게도 자기의 시간을 다른사람에게 쓰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라고 치켜세웠다.

그가 속한 관저2동 자원봉사회는 35명의 회원이 월 1만원의 회비를 모아 월 1회 관내 11개 경로당을 돌며 어르신들에게 반찬을 만들어 드리고, 점심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노래도 부르고, 함께 춤도 추고, 말벗이 돼 드리는 소탈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매년 관내 기초수급가정 20가구를 선정해 교복비를 지원한다. 빠듯한 예산을 메우기 위해 회원들이 갹출한 돈으로 봉사 비용을 대기도 했지만 이 역시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보니 매년 10월 관저2동사무소에서 바자회를 열고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다음달에도 바자회가 열려요. 많이 홍보해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시면 좋겠어요”라며 기자에게도 꼭 방문해달라는 신신당부로 인터뷰를 마쳤다.

정 씨는 보이기 위한, 알리기 위한 봉사가 아닌 소박하지만 살을 맞댈 수 있는 봉사를 해 나가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냥 어디 등록하고 허가받고 그런것 말고 어르신 딱 너댓분만 집에서 모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누구에게 보여주고 알아달라는 게 아니라 그런 여건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런 봉사를 하고 싶어요.”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