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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시인들
[거리의 시인들] 상가(商家)… 상가(喪家) 대로변 빈 점포 자영업 상권 몰락 징조
2020. 03. 16 by 문인수 기자
대전 서구 계룡로 대로변 사거리 1층 상가는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인수 기자

뼛속까지 숨넘어가겠더군. 장사 힘들다는 말이 친구 혓바닥에 붙었어. 자영업자 특유의 엄살로 들렸지. 오랜 친구 하소연 들어준다고 밥을 사 먹였지 뭐야. 골목 안쪽 친구 가게를 벗어나 대로변 감자탕집으로 들어갔어. 묵은지감자탕을 시켰지. 성인 둘이 小자를 남겼네. 묵은지는 원래 그렇다고 쳐도 뼈다귀 고기까지 묵어있었어. 현장서 자영업 위기론을 맛봤네. 맛은 이상한데 희한하게 서비스는 친절해. 자꾸 눈이라도 마주치면 '더 갖다 드릴까요'라고 먼저 물어와. 취조당하는 것처럼 밥 먹는 내내 손님은 민망해. 마실 물은 직접 떠먹어도 되니까 맛있게 좀 해주세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어. 뼛속까지 숨차더라. 그 집 사장은 그 동네 상인회장이래. 여기도 개뼈다귀 같은 정치가 문제야.

사실 먹는 건 예민한 문제야. 왜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 늘어놓고 거기다 한술 더 떠 군대에서 축구한 썰을 풀까. 경기 좀 졌다고 죽지는 않아. 연병장에 머리 박고 끝날 일이지. 그런데 이기는 날은 말이야. PX만찬을 즐긴다니까. 밥 먹고 뒤돌아서면 배고픈 군인들도 매일 먹는 짬밥은 싫어. 식당 밥이 '짬밥'처럼 나오면 내 돈 내고 사 먹을 이유가 없지. 맛없으면 손절해버려. 굳이 백종원 '아재'가 아니더라도 손님은 정확해. 냉정한 이 세상 삶은 전쟁터야 살아있으니 힘내라고 위로해줄까. 살아있는 송장에 혓바닥으로 간지럽히는 거와 매한가지야.

오래 묵은 양은냄비 하나 바꾸지 않고 칼국수 생생하게 끓여 주는 허름한 식당을 알고 있어. 타지역에서도 찾아오더라. 목 좋은 사거리가 아니고, 대문짝만한 간판을 내 걸지 않았는데 어떻게들 알고 오네. 나중엔 외국서도 몰려올걸. SNS는 자랑질이 목적이야. #맛집 #멋집 해시태그로 '양념' 친다고 먹히진 않아. 인증샷이 한방이지. '좋아요'는 비용이야. 미래의 부자는 오늘 종잣돈을 굴리고, 내일의 여행자는 오늘 쌈짓돈을 긁어모으지. 내수에선 덜먹고 덜 쓰고 말이야. 해외 현지인 맛집을 가봤어. 초행길이 두렵지 않더라고. 도보·자동차 분 단위 도착시간을 구글맵이 실시간으로 알려주더라. 재벌 회장 따라붙는 수행비서 저리 가라야. 거참 시대를 거스를 수 없다니까.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 실시간 가격 비교를 모르는 호구네. 초등학생도 해외 직구로 장난감을 구하는 세상이야. 다들 집에 쓸 물건 떨어지기 무섭게 주문하잖아. 상권 '프리미엄'보다 온라인 배송 '편리미엄'이야. 라이프스타일이 바뀐 거지. 오랜만에 대형마트에 가봤어. 눈치채지 못한 사이 카트 끄는 소리가 잠잠해졌네. '최후의 장바구니' 종이박스를 없앴다는데 고객들 저항이 약했대. 마트 방문객이 줄었다는 의미야. 유동 인구 많은 역세권 상가 투자 공식까지 흔들린지 오래야. 유통 질서가 재편되는 와중에 상권 체력은 고갈돼왔고 숨 헐떡이고 비틀거리던 자영업 선수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어퍼컷'을 날린 격이지. 기껏 바닥에 나뒹굴다 정신 차리고 일어서려는 찰나 코로나라는 '불량배'가 상권을 뭉개버렸네.(끝)

문인수 기자 mooni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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