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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시인들
[거리의 시인들] 꽃길만 걷는 법
2020. 04. 06 by 문인수 기자

시끄러운 뽕짝이 들리지 않는다. 번데기 삶는 비린내가 사라졌다. 인형사냥이 금지됐다. 솜사탕은 달콤하게 유혹하고 끈적하게 괴롭힐 뿐이다. 축제가 멈추고 그들의 잔치도 멈췄다. 자가용은 개인의 자유가 존중받는 축제장이다. 이 독립공간에서도 벗과 함께 만찬을 열고 풍악을 울린다. 포장 음식과 카 오디오는 짝짜꿍이다. 부스러기가 나오지 않는 '한 입 거리'는 차량용 맞춤 먹거리다. 운전석이 축제의 사회자라면 보조석은 DJ다. 모바일 블루투스와 연결한 카오디오는 탑승자들의 신청곡을 실시간 뿜어준다. 뒷좌석 ‘미션’은 실물보다 잘 나온 사진을 건져야 한다.
'드라이브 스루' 벚꽃 구경의 묘미는 만개 때보다 꽃잎이 '독립'할 때 최고조에 이른다. 이 무렵 벚꽃 잎은 봄에 내리는 분홍 눈이다. 눈꽃 후발대가 차창을 미끄러질 때쯤 이미 바닥에 나뒹군 선발대는 상당 기간 생존하며 분홍카펫을 만든다. 중앙선을 반쯤 걸친 자동차 무리가 줄지어 이 카펫 길을 비빈다. 핑크빛에 취한 운전자는 좌로 우로 트위스트를 추면서도 앞차 뒤차와 간격을 유지한다. 바퀴가 카펫을 밟고 전진하는 찰나 땅에 붙어 있던 눈꽃이 타이어와 보조를 맞추며 중력을 거스른다. 위에서 쏟아지고 아래서 솟구치며 자동차를 기점으로 눈꽃이 서로 비벼진다. 순전한 벚꽃 축제다. 꽃잎의 낙하 시기에 비가 내리지 않기를 '비나이다'.
불멸의 꽃나무를 전제로 하루를 천년처럼 천년을 하루처럼 생각하면 '100년의 향기' 사람꽃은 국가나 제국이나 우주보다 찬란한 존재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참말로 그렇다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고약한 성질머리를 통제하지 못하고 천년만년 장수한다면 그게 어디 '마귀할멈'에서 멈출까. 겉은 꾸밀 수 있어도 내면을 다듬지 않고는 아름다운 향이 나오지 않는다. 꽃나무는 '은인'이다. 은인과의 만남은 발견하는 것이다. 먼 데서 눈을 돌려 가까운 데서 찾고 구하고 두드려라. 곳곳에 시들지 않는 꽃이 증거다. 단, 화려한 꽃이 달콤한 향을 뿜을 때는 멀리할 때다.
'꽃길만 걷게 해줄게' 이런 사탕발림 속임수는 질리도록 들었다. 평생 꽃길만 걸으면 진짜 머리에 꽃을 꽂게 될 수 있다. 지금 꽃길을 걷고 있지 않다고 불행한가. 삶에 '꽃길만 있지 않다'라는 간단한 진리는 외면받는 속삭임에 지나지 않았다. 살다 보면 돌길이 나오고 흙길이 나오는 게 정상적인 길이다. 앞길이 막힌 최악의 길이라도 되돌아가면 그만이다. 돌길이 나오면 디딤돌로 삼아 '꽃길'이 되게 하자. 흙길에서는 땀의 씨를 뿌리고 시간의 나무를 심다 보면 걸어온 흙길이 '꽃길'이 될 것이다. 우리 꽃길만 걷지 말고 꽃길을 만들자.
문인수 기자 moonis@cctoday.co.kr

국내 최장 벚꽃길 대전 동구 회남로 571번 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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